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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존엄이 있어 평등하다. 인간 모두가 존엄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평등이 강조되어야 한다. 인간이 지향하는 평등이 경제적, 정치적 권리의 평등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존엄이 강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211‘자유’라는 이름하에 욕망의 노예가 되는 영혼의 타락이야말로 서구가 자신들을 통치하는 방식이다,11월 12일 우리가 광장에서 경험한 것이 바로 이 말하는 존재로서 우리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이다. 여성이 말을 했고, 청소년이 말을 했고 장애인이 말을 했고, 성소수자가 말을 했다. 그리고 광장에 모인 이들이 박수를 쳤다. 그 박수는 인정이다. 그들의 말이 경청할 만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박수다. 그러므로 박수는 일종의 서약이다. 그러므로 박수를 친 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도 내가 그들을 동료 시민으로 대할 것인지 아닌지 말이다. p.213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협력과 존엄, 광장에서 점이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기꺼이 점으로 협력하자. 그러나 광장에 나란히 점으로 있던 다른 이의 얼굴을 기억하자. 그 얼굴이 가진 나와 평등한 존엄, 나와 평등한 목소리의 힘을 기억하자. 삶의 전 영역에 드리워진 히드라처럼 증식하는 왕의 목을 치자. 만약 내가 왕이라면 기꺼이 내 목을 치자. 그래서 삶의 전 영역에서 ‘동료시민’으로 서로 만나자. 민주주의가 실패한 곳에서 우리다시 만나자. p.214

사건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파괴의 본성과 역행하는 민주주의를 돌려세울 방법은 무엇인가?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출 직후부터 왕으로 군림하고,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과격한 선동가이자 극우 인사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민주주의는 과연 완벽한 정치제도인가?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외친다. 싸그리 망해버려라. 파괴의 감정이 일상적으로 자라나는 오늘날, 그 근원을 캐묻고 다시 역사로 귀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엄기호가 신작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를 들고 돌아왔다.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적어도 안전만큼은 지켜지길 바랐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 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최근 들어서는 부패의 고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 라는 탄식이 쏟아졌고, 국가는 세월호 사건에서 배우기는커녕 그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망각을 강요하고 있다. 저자 엄기호는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사고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이 사회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한다. 단순히 한 사회의 문제로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근대사회가 꿈꿔왔던 합리적·주체적 개인이라는 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한다.내 옆에 선 이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기를 주저하는 사이 ‘리셋’의 정념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혐오’의 감정이 관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료 시민들과 함께 붙잡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세상, 나와 타인과의 관계 재정립 문제부터 현안에 대한 관점의 문제까지, 이 책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폭넓게 살핀다. 독자들은 ‘혐오’와 ‘리셋’의 정념을 넘어서기 위한 방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