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랑 전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언젠가 한 번쯤, 어디선가 들었을 아랑 전설은 <아랑 사또전>이라는 제목으로도 유명한 민담으로 옛날, 아주 먼 옛날 밀양 최고의 미인이자 밀양 부사의 딸인 아랑으로부터 시작된다.고을 최고의 미인이었던 아랑을 남몰래 흠모하던 통인(관아의 하수인)은 아랑의 유모와 작당하여 한밤중에 아랑을 흉계에 빠트린다. 이에 벗어나려던 아랑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게 되고 이후 밀양으로 부임한 부사들은 모두 의문의 죽음에 이른다.저주의 날이 선 소문이 나라 전체에 흉흉히 퍼지자 관리들은 밀양 부사 자리를 기피 하게 되고 수개월이 지나도 밀양부는 공석으로 남는다. 이때 밀양 부사 자리를 자원한 이상사라는 자가 있으니 훗날 아랑의 한을 푼 용맹한 부사로 이름을 올린다. 이상사는 부임 첫날 밤 아랑의 원혼과 만나고 무엇이 문제이기에 사람들을 이리 괴롭히느냐 하는 이상사의 물음에 원혼 아량은 지난 날 억울하게 겪었던 통인과 유모의 흉계에 대하여 고하니 밀양 부사 이상사는 이튿날 새벽 같이 두 범인을 잡아 처형하고 도처에 있던 아랑의 시신을 찾아 양지 바른 곳에 무덤을 마련하여 한을 풀어주니 이후로 밀양 땅에는 더 이상 저주의 그림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다.이 단순하며 세상천지에 널리 알려진 민간설화 <아랑의 전설>을 김영하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했다.일단 『아랑은 왜』의 도입부는 민담인 <아랑 전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아랑 전설>의 구성에 새로운 장치를 도입하거나, 또는 새로운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어가거나, 화자 자체를 옆 사람으로 바꾸거나, 또는 플롯을 뒤바꾸는 형식으로 하나의 민담에서 전혀 다른 수십 가지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풀어낸다.전설의 무대인 16세기와 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또 다시 살을 붙이고 허구에 허구를 덧대어 어느 시점에선가 장르물이 되기도 한다.김영하 작가의 『아랑은 왜』가 재미나 취향 문제를 떠나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몰랐던바 아니지만, 이토록 깊은 관찰력과 이야기의 구성을 분석하는 능력, 틈을 발견하는 섬세함, 그것을 완전히 새롭게 풀어내는 창작력에 그 만의 위트를 더하니 그것은 타고난 감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재미로 읽어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고, 새로운 방식의 소설을 만나고 싶은 이에게도 더 없이 좋을 이야기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조에 대하여 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하여 궁금하다면 반드시 『아랑은 왜』를 읽어보기 바란다.『아랑은 왜』를 완독 후 첫 느낌은 김영하 작가가 글(이야기)을 가지고 노는 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 이정도로 이야기를 분석하고 그것을 다시 섞어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아마 어떤 이야기로 글을 써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지 않을까.이미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작가 김영하가 지금의 그로 기억될 수 있었던 이유가, 그 재능이 바로 『아랑은 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오늘 서평의 초점이 책의 내용보다 내 나름의 의미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도 이 책이 나에겐 재미를 넘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읽고 분석해야 할 교과서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작가 김영하는 『아랑은 왜』를 통해 역사 소설과 현대 소설을 뒤섞고 단순한 플롯에 작가의 상상과 현대적이며 복잡한, 치밀하고 완벽한 구성을 더하여 도저히 어떠한 장르라고 말할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장르의 작품을 완성했다.
한 권의
아랑은 나비가 되었다고 한다.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와 전복적 상상력으로 문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온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 작가는 무수한 판본이 존재하는 아랑 전설을 소재로 16세기와 20세기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경쾌하고 분방한 상상력을 펼쳐보인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 밖의 이야기를 탐험하는 유쾌한 서사게임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새로운 감수성과 열린 시각, 분방한 상상력, 그리고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왔고, 국내 주요 출판사 편집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21세기 한국 문학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작가 로 가장 많이 손꼽힌 바 있는 작가 김영하. 실험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그의 도전 정신이 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 있다.
1. 큰줄흰나비
2. 아랑 전설
3. 붉은 깃발
4. 딱지본 정옥낭자전
5. 누가 더 유리한가
6. 서로 다른 시점
7. 꼬리를 무는 의심들
8. 이야기의 발원지
9. 우연의 일치
10. 의금부 낭관 김억균
11. 어사 조윤이라는 인물
12. 서두
13. 김억균의 의문
14. 부활
15. 밀양에 도착한 어사 일행
16. 경쟁하는 이야기들
17. 우연히 만난 친구
18. 북, 고목, 대밭
19. 가리발디와 영주, 그리고 박
20. 머리카락들이 끔찍스러워
21. 섹스
22. 격렬한 만남
23. 새 한 마리가 날아들다
24. 또 다른 가능성
25. 탐정
26. 3자 대면
27. 수산제와 국둔전
28. 의관 김령
29. 팻 메스니
30. 관아
31. 증거 수집
32. 단서
33. 장애물
34. 충돌
35. 누구를 믿을 것인가
36. 액자 속의 머리카락
37. 나물과 눈물
38.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
39. 몇 가지 기록
40. 수산제
41. 수색
42. 권선징악
43. 대결
44. 인물 살해
45. 분비물
46. 선운사
47. 사냥개 기르는 법
48. 결말
49. 마지막 대화
50. 또 다른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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