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된 서적을 몇 권 더 읽어봐야겠지만 이미 이 주제에 대해서는 거의 결론이 내려진 상태이다.한의계에서는 일제가 한의학을 탄압했다고 하는 낭설이 퍼져 있는데그것이 대단히 무책임한 소리고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책은 자연스럽게 증명해준다.조선의 의료는전근대적이었고 비제국적(혹은 반反제국적)이었다. 그러므로 근대화와 제국화를 겪으며수많은 진통이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일본 한방의학을 말하다>를 꽤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함께 읽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안습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근대화를 이룩한 소수의 열강보다 그렇지 못했던 수십수백 개의 나라들이존재하고, 그중 하나가 조선일 뿐이기 때문에 너무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근대화 자체에 대한 성과뿐만 아니라 일본 한의학의 역사를 보노라면 근대 이전에도 이후에도 월등하게 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미 현대 과학의 일부로서 한의학이 대해지고 있는 일본과, 국가의 엄청난지원과 관심 속에서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그 사이에 끼인 한국은, 내가 너무 주변적인 것들에 신경 쓰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솔직히 답답하다.「그러나 시대와 동떨어진 순수한 한의학의 고유한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이 태초부터 무시간적인 본질적 실체로서 존재해온 것이 아니다. 한국 전통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한의학은 당대의 사회적 문화적 요구에 부응하며 변화해왔지,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고정된 정체성을 고집해오지 않았다.」 (P. 104)이미 전통 한의학과 현대 한의학의 구분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새삼스러워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의사를 과거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존재하고, 그런 요소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외부에서도 오지만 내부에서도 온다. 한의사를 박제시키려는 움직임은 외부에서도 있으며 내부에서도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낙후된 의료와 비교하면 오늘날의 한의학은, 그리고 한의사는 상당히 달라졌다. 그런 점에서 본서는 식민지를 앓다 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필시 성장통을 의미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계속 김 빼는 소리만 했지만그 점에서는 확실하게 힘을 얻을 수 있다. 역사를 조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비관적으로 느껴지는 현실에 대한 일종의 용기와 낭만일지도 모른다.4점
한의학을 통해 살펴보는 한국의 전통과 근대
한의학이 식민지 시기 일제강점과 근대화의 과정에서 어떻게 변모했는가를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밝힌 책으로서, 근대한의학에 관해 담았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식민지 시기 한의학이 사회적인 측면에서 근대적 틀을 수용해가는 과정을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 한의학을 틀 지은 일제의 한의정책, 한의학계 내부의 이론적 분화 및 발전 과정, 한의학의 서양 인식 수용 방식 및 과정, 서양의학의 한의학 인식과 수용 방식, 1930년대 동서의학 논재으이 대표적 인물인 조헌영의 동서의학론 등을 살피고 있으며, 또한 더 구체적인 차원으로 들어가 당시 한약재들의 시중 유통 방식과 규모, 일반인들의 한의학 소비 형태까지 다루고 있다.
식민지 시기 일제가 미개 혹은 후진으로 폄하한 우리 전통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예인 한의학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전통과 근대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 이 책은 근대의 범위를 과학기술로 국한해 파악하지 않고, 한의학이 일제의 의료 정책과 근대적 사회 제도에 어떻게 적응하고 발전해 갔는가에 대해 고찰하였다. 일제강점기 한의학의 모습을 9개의 주제에 따라 그려낸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당시 한의학의 모습을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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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도론: 한의학의 근대성과 식민성
제1부 정책과 대응
1장 개항 이후 한의의 동태(필자 여인석)
2장 일제의 한의학 정책(필자 박윤재)
제2부 인식과 수용
3장 서양의학의 한의학 인식과 수용(필자 여인석)
4장 한의학의 서양의학 인식과 수용(필자 신규환)
5장 일반인의 한의학 인식과 의약 이용(필자 이꽃메)
제3부 정체성 형성
6장 의서와 학파의 형성(필자 김남일)
7장 조헌영의 동서절충적 의학론(필자 박윤재)
제4부 한약과 근대화
8장 한약업자의 대응과 성장(필자 양정필)
9장 청심보명단 논쟁(필자 박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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