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조금 특별한 스물다섯, 한 청년이 있다. 남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할 때 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 봉사 활동을 떠나고, 남들 스펙 준비할 때 전 세계 NGO 단체로 여행을 떠난 열정과 패기가 가득한 보기 드문 청년이다. 책과 영화로 만났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지구마을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느끼고 싶어서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을 구상했다.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공식처럼 떠나는 배낭여행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 일주를 기획하던 스물다섯 살 청년, 이동원은 단순히 관광만 하는 여행이 아닌 지구마을 사람들 사이에 스미고 싶은 여행을 위해 전 세계의 NGO 단체에 무차별로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수많은 NGO 단체에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으로 배낭을 멘다. 그렇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7개월간의 전 세계를 향한 청춘 여행이 시작되었다.
패키지여행도, 휴양도 관광도 아닌, NGO 여행······. 지구마을 사람들과 말은 안 통해도 마음만은 통했던 진짜 청춘의 여행, 그 이웃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210일 동안의 NGO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열정만 배낭에 가득 챙겨 떠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동안 어디서도 배우지 못했던 진짜 지구마을의 모습을 보고 느끼게 된다.
한국 군인들의 학살로 고통받는 베트남 퐁니 마을 사람들, 한창 학교에 있어야 할 나이에 공부 대신 기술을 배우고 있는 캄보디아의 아이들, 한쪽에서는 영웅이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테러범이 되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 도시 팔레스타인, 지구의 한쪽에서는 한 명이 하루에 다 써 버리는 20리터의 물을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사용하는 지구마을의 판자촌, 사라진 나라 조선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순수한 재일조선인들의 학교······.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지구마을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그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어 했던 그의 판타스틱한 여행기는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지구의 속살을 아주 솔직하게 들려준다.
「프롤로그」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부 / 두려움과 소심한 마음을 안고 하늘을 날다 「캄보디아 → 베트남」
1. 응언[Nguyen Hoang Ngan] : 베트남과 한국에 희망의 다리를 놓는 까칠한 그녀
2. 똘라[Tola Ouk] : 여행자의 의심병을 치료해준 따뜻한 툭툭이 기사
3. 소반[Keo Sovann] : 캄보디아의 미래를 달리는 휠체어 디자이너
4. 삐셉 [Piseph] : 기름때 묻은 손에서 신데렐라를 떠올리다
*Special Letter 아프리카에 띄운 편지 Ⅰ : 그리운 일라싯 마을 식구들에게
2부 / 진정한 평화를 찾아 바다를 항해하다 「피스보트 스페셜」
5. 데루오 이데구치 [出口 輝夫] : 증오를 넘어 평화를 꿈꾸는 나가사키 원폭 피폭자
6. 히데토 오가와 [小川 秀人] :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7. 이스마엘 카팁 : 이스라엘 아이들에게 생명을 나눠준 팔레스타인 아버지
8. 피스보트 [PEACE BOAT] : 평화지킴이 피스보트, 바다의 평화를 놓치다
9. 강종복 [姜宗福] : 출생은 일본, 고향은 밀양, 국적은 한국, 조국은 조선
*Special Letter 아프리카에 띄운 편지 Ⅱ : 뭄부아에서 만난 소녀에게
3부 /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나의 지구마을 인터뷰
「멕시코 → 에콰도르 → 페루 →볼리비아 → 팔레스타인」
10. 디에고 [Juan Diego G Parada] : 멕시코 해변을 지키는 거북이 아버지
11. 안드레스 [Andres A Laguna B] : 안데스 산맥, 곰의 혁명을 꿈꾸는 곰게바라
12. 트루히요의 아이들 [Los angeles de Trujillo] : 판자촌에서 만난 페루의 천사들
13. 악마의 광부 [El minero del Diablo] : 소년 광부들의 터널 속 ‘막장인생’
14. 제닌 : 총탄의 흔적이 가득한 팔레스타인에서 평화의 세상을 꿈꾸다
「에필로그」 지구마을 ‘빚더미’ 여행
굿네이버스를 통해 막연(?)하게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을 후원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이들의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굿네이버스에서 한 달에 한 번 소식지 비슷한 것이 책자로 오는데 아이들은 그 내용을 보고는 어렴풋하게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당연하게 누렸던 자신들의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그런지 큰 녀석에게는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혹은 여행이라는 아름다운 이름 아래 세계 각지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돌아온다. 관광 위주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도 있고, 봉사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오지(?)로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멋진 여행이고, 누가 더 값진 여행이라 판단할 수 없지만 이렇게도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구나 싶어서 이 젊은이가 부러웠다.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고, 쉽지 않았을 여행 일정이었지만, 독자인 나로 하여금 여행 그 이상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라서 참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베트남 학살 문제. 1964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국정부가 한국 정부에 파병을 요청한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경제적 특수 효과를 누리기 위해 파병을 밀어붙였고 무려 32만 명의 군인이 베트남에 보내졌다. 베트남에 파병된 일부 한국군은 베트콩이라 불리는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군 증오비’를 세우고 그때의 처참한 학살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십 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과연 우린 과거의 침략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에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25)”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와 우리>라는 단체에서 진실을 알리고 평화를 일구려는 소중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것은 두렵고 가리고 싶다. 하지만 가린다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베트남과의 불편한 진실 말고도 가까이하기엔 영 껄끄러운 주제들이 제법 등장한다. 증오를 넘어 평화를 꿈꾸는 피스 보트에서의 활동. 하지만 평화를 추구하는 그들이 환경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오히려 환경을 더럽히는 일을 함에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점. 재일조선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지역에서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활동. 어떤 것은 읽기에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고, 어떤 것은 아이들의 인생이 아파서 속상한 부분도 있다. 같은 나이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의 인생이 나라가 달라 이렇게 처참하고 아플 수가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허해졌다. 어른들의 이기심, 어른들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이 지워지지 않는다. 지구 곳곳을 찾아다니며 무언가 해보겠다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뭔가 대단한 걸 이룰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은 보탬은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삐셉을 만나고 처음으로 여행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NGO를 찾아다니며 ‘좋은 일’ 한다고 하지만 삐셉의 눈엔 세계 여행을 하는 내가 얼마나 사치스러워 보일까? ‘좋은 일’ 이란 것도 어찌 보면 먹고 노는 일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한 좋은 핑계거리가 아닐까? (중략) 소반 아저씨의 말대로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학교가 아닌 노동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권리 주장도 못하고 그저 일만 하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삐셉들.. 지구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삐셉을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때 난 그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89) 오늘 하루 내가 가진 지금 나의 현실에, 나는 얼마나 행복하며, 감사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하루 24시간 별반 다를 것 없는 쳇바퀴를 돌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촌 어딘가 에선 그 흔한 쳇바퀴도 돌리지 못하고, 하루 일당 벌기도 힘든 어린 아이들이 존재한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힘겨운 삶. 하지만 그들 덕분에 나는 감사하고 고마웠다. 지금의 내 인생에, 내가 가진 내 시간들에... 작가는 혼자 여행을 떠났지만 혼자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지나온 나라에서 만난 따스한 사람들이 모두 ‘정’이 되어 되돌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 마을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내가 되고 싶다면 읽기를 권한다. 아프고 슬프지만 그 안에는 분명 사람 사는 정이 숨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