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적어도 보고 듣는 쪽과 관련해서는최신의 것보다는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사고 방식이라든가 행동 패턴은 상당히 진보적인데 반해 그쪽 방면은 좀 그러네요. 그러므로 당연히미술 관련도 거기에 해당합니다. 좀 더 정확히표현한다면하나의 사물 그 자체가 가진 의미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생각하는 편인데그러한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서사를지닌 작품을 저는 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런 조건을 충족시켜주지도 못하면서 불친절하기만 한작품들에 대해서는 저 역시 관대하지 못한 편이랄까요? 그런 아이들에게까지 저의 상상력을 내어준다거나굳이 제가 먼저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없는,그러니까 뭐랄까,불필요한 자존심을 좀 부립니다.
그리하여 물론, 현대 미술 또한 상당히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주로앤디 워홀을 필두로 하는 팝 아트라든가, 잭슨 폴록식의 추상화 계열의 작품들이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느낌을 가졌던 저인지라, 그들의 작품에 호감이 없었던저로서는 그런 느낌이 현대 미술에 관한 전반적인 느낌이기도 한 것이었습니다.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의 작품에 제가 감동을 느낄만한 시간을 할애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거였죠. 골똘히 생각에 빠져 그 작품들을 바라본다면 그 작품들만의 매력을 저라고 왜 못느끼겠습니까마는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저로서는 없는거니까요.내가 왜?저 패쇄적인 아이들의 자기만의 세상 속에내가 왜 먼저 다가서야 하지? 뭐 그런마음이었달까요? 해서 현대 미술에 관해 그리 넉넉한 시선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저의 편견이라면 편견이랄까,뭐 딱 그렇게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여하튼 새로운 감각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주기에는 아주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16명의 한국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해놓은 책인데요, 많은 미술 책들이 고전에 할애하고 있는 바, 일반인들을 위한 현대 미술 작가, 그것도 우리나라 작가들만 소개하는 책은 그리 흔치 않다는 점만 두고 보아도이 책의 도전은 제법 괜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하게 됩니다.미술 전공자라든가 관련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으로서 현대 미술을 친근하게 느끼기엔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이 솔직히없지 않으니까 말이죠.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16인의 작품 또한 그러므로 다소 이해가 쉽진 않습니다. 저자 이진숙 씨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작품과의공감대가 그리 쉽게 형성되지는 않더라구요.해설과 작품이 물과 기름처럼 다소 둥 떠서 엇갈려있는 느낌이랄까,어쨌거나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어떤 면에서 좀 억지스러운 해석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죠.그것은이를테면 작가 스스로 혼자 헤메이는 상상의 나래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그게 아니면 평론가의 다소 무리한 시선 때문일 수도 있겠고 그도 아니면저의 후진 심미안 때문일 수도 있을겁니다.아무래도 세 번째가 가장 큰 원인일 확률이 높겠지만 그러나 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가 도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저로서는 여하튼 잘 모르겠다,는결론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책이기에 돋보이는 장점도 있었다고 봅니다. 가령, 이 책에 소개된작품들을 갤러리에서 보았다면 분명히 책을 통해 본 시간의 100분의 1의 시간도 할애하지 않고 스쳐지나갔을작품이 틀림없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것과 저의 인연은 거기까지가 전부였겠죠. 아마다른 곳에서 다시 같은 작품을 봐도 기억하지못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게 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괜찮다고 느껴지는 작품도 생기고 당연히 또 그러다보니 아,이건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도 생기고 말이죠.여하튼 그리하여 책을 덮고 느낀 최종의 느낌은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현대 미술의세계에 관해 이전보다는 훨씬 큰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이 책의 출간 의도가 그러한 것이었다면 훌륭하게 임무를 소화했다고 말해줄 수 있겠네요.
끝으로 제너럴모터스 사의 창업주를 에디슨이라고 저자 분은 알고 계시던데, 이는 실수가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작가 이동기 씨의 생각을 옮겨 적었다는 점에서 수정해드려야 할 필요성을 조금 느꼈습니다. 편집자를 비롯해 독자 모니터까지 적잖은 분들이 그 점에 대해 모르셨다는 점에 관해서 글쎄요, 장사꾼인 저로서는 상식인 분야가 또 그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가 보구나, 하는 뭐 그런 생각이 좀 들기도 했습니다. 에디슨이 창업한 회사를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에디슨은 제너럴 모터스와는 전연 관계가 없는 걸로 저는 일단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에디슨이 만든 회사와 비슷한이름이라헷갈리기 쉽기도 할 것같긴 합니다.
그리고 정말 끝으로 이건 사담인데 이 책에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왜 이렇게 그렸나요? 라고 물으면 오히려 왜 그렇게 그리면 안 되나요? 라는 반문이 돌아올 확률이 높다고 저자는 소개한 작가의 성향을 추측하셨던데, 이 가상의대화를 통해 저는 예술가들의 패쇄성이 이렇게 조성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그렸는가를 물은 건, 그렇게 그리면 안 되는 것을 그렀기 때문에 물은 것이 아닐 것임에도 작가는 왜 그렇게 그리면 안 되냐는 식으로 공격적인 곡해, 그러니까 질문자의 의도보다는 자기만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하는,패쇄적인 일방성을 대변하는 장면이라 그냥, 우연히, 저는, 아다리가 고렇게 맞아 떨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좀 들었답니다. 여하튼삐딱함이 예술가들에겐 상당한 자양분이 되기도 할 것이므로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 앞에서 그러면 한 대 맞는 거야.
16인의 작품으로 본 21세기 예술 창조의 비밀
미술의 빅뱅 은 한국 미술에 팝아트가 없었던 이유, 조각은 왜 무거워야 하는지, 추상화란 무엇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화가, 조각가, 설치예술가, 사진 작가 등 다양한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고전에 대한 탄탄한 연구 위에 오늘의 한국이 낳은 새로운 감각의 예술을 보여준다. 획기적인 사고와 시각, 로봇아트, 사진-조각, 팝아트 등 기존 한국 미술에 부재했던 새로운 장르들은 이러한 예술가들의 손에서 나타났다. 이진숙은 독자에게 경계를 허물고, 기존 관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이들의 생각을 소개한다.
글을 시작하며
1. 이승애, 슬픔 항전기
2. 김아타, 인달라 속으로 사라진 세상
3. 김혜련, 정물에서 풍경으로
4. 이동기, 팝아트에 대한 팝아트
5. 서도호, 카르마 저글러의 옮겨 다니는 집
6. 김정욱, 상처의 역사
7. 정연두, 핸드메이드 라이프
8. 홍경택, 연옥에 울려 퍼지는 훵케스트라
9. 권요상, 조각에 대한 365장의 진술서
10. 김남표, 촉감으로 그리는 세상
11. 남경민, 그림의, 그림에 의한, 그림을 위한 그림
12. 오형근, 미디어 덮어쓰기와 뻥사진의 진실
13. 최우람, 일렉트릭 애니미즘
14. 정수진, 추상화되기 퍼포먼스
15. 박민준, 세상의 비밀을 보는 예술가
16. 천성명, 출무늬 씨의 끝나지 않은 연극
글을 마치며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