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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들


그냥 출간행사겠지 싶어서 설렁설렁 서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몸소 겪은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호소력 있게 담아낸 문제작!

2003년 3월, 미국은 9.11 테러 사건의 배후로 이라크를 지목, 북한.이란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바그다드 외곽에 미사일을 퍼붓는 것으로 대대적인 침공을 시작했다. 후세인 정권을 몰아냄으로써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제로 그것은 ‘공허한 은유’일 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같은 해, 오로지 전쟁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이라크로 떠난 한국의 한 동화작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기범이다. 2003년 2월 한국을 떠나 그해 8월에 돌아오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이라크에 들어가 민간인들과 함께 전쟁을 겪은 그는 그로부터 무려 십 년이 지난 2013년에야 비로소 그곳에서 몸으로 겪은 것들을 힘겹게나마 글로 토해낼 수 있었다.

낮은산에서 출간한 그 꿈들 은 박기범 작가가 이라크 전쟁 당시 포화 한복판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 하나하나의 얼굴과 사연을 되살려 구성한 이야기에 김종숙 화가가 일 년 여 동안 그린 서른일곱 점의 유화 그림을 보태 완성한 그림책이다. 이 책은 인간으로서 더할 수 없이 참혹한 시간을 살았고 여전히 살고 있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함으로써, 텔레비전 화면이나 인터넷 기사 너머에 존재하는 전쟁의 실상을 정제된 언어로 호소력 있게 담아낸 문제작이다. 특히 이라크 아이들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음으로써, 전쟁은 얼굴 없는 관념이 아닌 약하고 무방비한 존재들조차 가차 없이 짓밟는 가장 악랄한 인간의 얼굴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유례없이 떨어지는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이 책은 전쟁의 폐해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깊이 느끼고 나아가 평화를 살아가는 일 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소중한 기회를 갖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