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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 문학 단편선 2

jghva 2024. 1. 29. 17:46


늘 똑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일상에 균열이 생기면 사람들은 긴장한다. 내가 가진 평화로움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묘하게 달라진 공기의 흐름이나 심리적 변화에 그래서 사람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 것을 빼앗기게 되면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래서 나이 먹을수록 평범하지만 편안한 일상이 좋고, 변화보다는 일상이 그리는 똑같은 그림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나에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작가 7명이 한국형 스릴러 단편 소설을 썼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읽는 동안 뒷목이 서늘했는지 모르겠다. ‘7월의 사람들’은 버스에 놓고 내린 보따리 때문에 생긴 승객과 문화재 도굴꾼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렸고, ‘붕괴’는 건물이 무너진 상황에서 친구인 두 여자의 섬뜩한 대화를 이야기 이며, ‘우리는 미쳐간다’는 노인의 첩으로 들어간 여자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그렸고, ‘숏컷’은 한 남자를 자신의 지하방에 가두게 되면서 겪는 불안한 심리와 직장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화를 참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림자놀이’는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서 도청과 스토커를 함께 하는 남자를 이야기 했고,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키 작은 남자의 비틀린 욕망을 그렸으며, ‘위험한 오해’는 한 집에 두 사람이 함께 기거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그렸다.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고, 재미있었지만 제일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는 붕괴였다. 친한 친구로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수연과 영주. 수연이 영주의 회사에 찾아왔는데 건물이 붕괴되고, 비슷한 곳에 매몰된 수연은 영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영주에게 소중한 것들,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죽였다고 말하는 수연의 고백에 영주는 이것이 악몽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영주를 시기하고 질투했던 수연. 그런 수연은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하겠다는 생각으로 영주의 것을 빼앗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얼마나 질투를 하고 얼마나 사랑해야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사랑은 질투의 또 다른 이고, 시기 또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까? 만약 수연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보다 객관화 했다면 친구가 가진 것에만 집착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친해도 여자들에게는 질투가 함께 하는 것일까? 이런 식으로 여자를 정의하는 건 솔직히 불편하고 껄끄럽다. 하지만 때론 생각한다. 이게 진짜 여자들의 맨 얼굴일 수도 있다는 사실... 키다리 아저씨처럼 키 작은 남자의 비틀린 욕망은 무서우면서도 광기에 젖어 있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좋아했던 여자에게 퇴짜를 맞고 나서 남자는 180이상, 여자는 150 이하가 최고로 아름다운 키 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키 큰 여자를 향해 아름답게 해주겠다며 납치하게 된다. 이 책에서 키 작은 남자는 오로지 키에만 집중한다. 다른 것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면 키가 문제였을까? 자신의 진짜 문제는 외면한 채 키에 모든 원인을 돌렸고, 그러는 과정에서 키 큰 여자들은 희생당했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정말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무서울 것 같다. 누구나 크고 작은 콤플렉스는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콤플렉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생각하느냐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아닐까? 단편들 모두 섬뜩하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오늘 예스 대박이네요. 이렇게 리뷰 한편 올리는데 시간이 장난 아니게 걸려요. 저만 이런 건가요? 다른 이웃님들은 상관없는데? 인터넷이 너무 느려 숨 넘어갈 것 같아요. ㅠㅠ
한국 스릴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걸작 단편선 〈시작 미러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2 .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국내 장르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국 스릴러 작가 7인의 단편을 담았다.

한국 스릴러 문학 단편선 2 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과 사람들이 공포를 선사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강지영의 〈우리는 미쳐간다〉를 비롯하여 권정은의 〈붕괴〉, 정지원의 〈키다리 아저씨〉, 류승현의 〈그림자놀이〉, 방세현의 〈위험한 오해〉등 7편의 스릴러를 만날 수 있다. 개인사를 비관해 버스를 탈취한 청년과 이에 대항하는 소시민들, 순박한 시골에서 벌어지는 재산을 둘러싼 치정과 독살, 나도 모르게 다가온 스토커의 정체, 키 작은 남자의 여성을 향한 복수극, 직장 내 대인 스트레스가 부른 비극 등을 다룬 이야기들을 통해 한국형 스릴러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7월의 사람들 ㅣ 박해로
붕괴 ㅣ 권정은
우리는 미쳐간다 ㅣ 강지영
숏컷 ㅣ 박애진
그림자놀이 ㅣ 류승현
키다리 아저씨 ㅣ 정지원
위험한 오해 ㅣ 방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