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KING 스티븐 킹 10
연극으로 미저리를 볼 예정이라 원작을 챙겨 읽게 되었다.오래전 보았던 영화는 공포 라는 단어로만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원작이 있다는 사실도 이제서 알았다.호러,미스테리 추리와 같은 장르를 선호하지 않은 탓이였을 게다.그런데 책장을 열자마자 정신없이 빨려 들었다.좀더 솔직히 고백하자면,내가 알았던,미저리는 어쩌면 ,편협한 하나의 시선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그럼에도 불쑥불쑥 등장하는 섬뜩한 장면은 힘들었다....) 애니 윌크스(Annie Wilkes) 미저리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이름은 애니 윌크스. 병적으로 작가에 집착한 스토커라 생각했던 그녀의 별명정도일 거라 생각했던 미저리..는 생각보다 많은 상징이 담겨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그녀가 작가에게 집착한 것은 맞지만,그것은 단지 미저리시리즈를 사랑하는 팬으로서의 미저리가 아니였던 거다.그녀에게는 여러 역사가 있는데,구체적인 설명은 드러나지 않는다,그저 소설의 후반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가 많은 이들을 살해했고,그런 이유가 조증과 우울증에서 기인한 것임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이 있을 뿐이다.그런데 아이러니한 반전이라고 생각했다.작가의 새 소설을 우연히 읽게 된 그녀는 소설이 저급하다며 작가가 보는 앞에서 태워버리고 ,죽여 놓은 미저리를 다시 부활시키라고 강요한다.폴 셀던은 물론 살기 위해 미저리를 부활시키는 글쓰기에 참여하지만 일차적으로 애니에게 호된 질타를 받게 되고..그 순간 폴 셀던은 작가의 진정한 창작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그렇게 해서 소설의 다음 장은 자연스럽게 미저리(Misery) 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미저리(Misery) "나도 이 세상이 거의 언제나 쓰잘데기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해"폴이 말했다.그리고 거짓말을 덧붙였다."특히 비 오는 날에는" 오 이런 병신 새끼,헛소리 당장 집어치워! "그러니까 내 말은 요 몇 주 동안 고통이 너무 심했고....""고통?"애니가 암울하게 가라앉은 경멸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너는 고통이 뭔지 몰라.너는 아무것도 몰라 폴""그래...나는 잘 몰라.나의 고통을 너의 고통에 비할 수는 없지" /290~291쪽 애니와 폴의 숨막히는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했던 미저리는..폴이 탈출을 하게 될 것인가,그녀가 그 남자를 어디까지 약물중독으로 만들어 버리게 될까..혹은 소설을 완성하게는 될까 보다 더 심오한 물음을 내 앞에 툭 던졌다. 고통 창작자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중간 중간 폴의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 그리고 애니의 정신적인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폴의 작가로서 창작자의 고통이 가장 내 눈에 들어왔다.그러니까 스토커라 읽혔던 미저리가 뮤즈로 변신한 미저리라고 해야 할까...애니를,미저리의 대명사가 된 그녀를 폴의 뮤즈로 볼 수 없었던 건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 때문일텐데..환타지로 변신한 미저리를 상상해 보면,폴이란 작가에겐 말랑말랑한 영감을 주는 뮤즈가 아닌 궁지로 몰아 넣어야만 뭔가 작가 자신을 학대에 가까운 고통을 주어야만 작품이 나올수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데..이런 생각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란 기분은 폴의 시선과 에필로그처럼 그려진 여신편에서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다.소설은 처음부터 남자가 만들어낸 상상속 이야기이였던 건 아닐까...발목이 잘리고,손가락이 절단되고,과도한 약물이 투여된 상태에서 글을 써냈고,결국 애니에게서 미저리(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폴 애니,나는 너를 죽여 버릴 거야 폴은 따스한 웃음으로 애니를 대했다.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나도 너와 운명을 같이하게 될지도 몰라.그렇게 될 공산이 크지.하지만 지금은 우선 배가 터질 만큼 캐비어와 운명을 같이할게.(...) /515쪽 애니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알게 된 후 부터 폴은 줄기차게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했다.순화되지 않은 욕이 반복 되는 것은 불편했지만,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건 욕도 아니였을 테니까...분명 애니는 폴에게 가혹한 미저리(고통)였다.그를 가뒀을 뿐만 아니라,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상해를 입혔고,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그러면서도 왠지 죽일수도 있는 공포의 대상..그런데 그런 공포로 인해 그는 마침내 거짓에서 벗어난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고,창작의 고통에 대해,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몰입하고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지 않았던가....그런데 폴의 입을 통해 애니를 죽이겠다고 하는 순간,미저리(고통)은 죽어야만 끝나게 되는 고통이란 도대체 뭘까...어느드라마에서 연예인역을 하는 배우가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제가 죽으면 끝날까요..라고 했던 대사가 불쑥 생각나고 말았다.죽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미저리(고통)이라니... "물론 그것은 미저리였다.미저리는 모든 것을 관통하는 요소였고,참된 본질이든 거짓된 본질이든 간에,그것은 너무나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것이었다. 미저리Misery 는 보통 명사로서 고통을,일반적으로 길고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을 의미했다.그런 단어가 적당한 소설에 인용되면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구성방식을 의미하게 되었다.(..)그렇다 수많은 미저리가 있었고 미저리의 날이 밝았다가 미저리의 날이 저물어 갔다"/398쪽 여신"안에는 가제본된『돌아온 미저리』가 두 권 담겨 있었다.출판사에서는 소설 출판을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그 책이 씌어지도록 한 기괴한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광고 문구를 생각해 내느라 고심했다.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헤이스팅스하우스 출판사 측에서는 사상 초유의 초판 100만부 출간을 벌렀다."/550쪽 폴이 사고를 당하고,애니가 그에게 상해를 입히고,폴이 애니의 이력을 스크랩해 놓은 것들을 읽을 때는 소름이 돋기도 하고 불편한 감정이 들었는데....만약 이런 시선으로만 읽게 되었다면 나는 소설을 끝내지 못했을지 모른다.그런데 스토커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미저리가 아닌,단어 뜻 그대로 고통에 관한 미저리로 접근해 읽은 소설은 단순히 추리도 호러공포도 아니였다. 폴의 일장춘몽 같은..하나의 소설을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고통인지..앞서 언급한 것처럼 거친 뮤즈와 함께 창작의 고통을 걸어야 한다면..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지 차마 상상할 수 조차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잔혹한 애니에게서 조차 편집자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을 언급했던 부분도 인상적이였다.그녀가 죽지 않고,잘 치료를 받았다면 과한 해피앤딩을 바란 걸까 싶은데..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해 보게 된 생각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폴 셸던은 다름 아닌 지은이 스티븐 킹의 분신이다. 통속 소설 미저리 시리즈를 써서 부와 명성을 거며쥐었지만 평론가들의 악평에 괴로워하며 문학상이 주는 권위에 집착하는 폴은, 한때 싸구려 공포소설 작가로 치부당한 스티븐 킹의 모습을 투영한다.소설은 자동차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가 산골 외딴 집에서 께어난 폴이 자신을 구해준 전직 간호사 애니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물 타자기가 토해 낸 하루치 이야기를 애니에게 들려주며 그날그날 목숨을 이어 가던 폴은 마침내 애니의 도끼에 맞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는데......작품 속에서 죽여 버린 미저리를 되살리면서 폴은 그때껏 혐오했던 대중 소설의 재미를 다시 발견한다. 독자를 사로잡는 소설은 모두 알고 싶어 좀이 쑤시는 느낌 을 불러 일으키며, 진정 재미있는 소설은 낮 동안 일에 시달리며 집에 가서 편히 드러누울 생각만 하던 독자마저도 뒷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고 싶은 마음에 밤을 지새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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